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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 탄생과 사건 및 몰락까지

1429년 - 농사직설 편찬

1. 조선 농업의 새로운 전환점, 『농사직설』의 탄생

조선 세종 시대는 학문과 과학, 문화의 황금기로 평가받습니다. 그 중심에는 백성을 위한 실용 지식의 집대성이 있었으며, 그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가 바로 1429년(세종 11년)에 편찬된 『농사직설(農事直說)』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풍토에 맞는 농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관찬 농서로, 조선 농업의 자주성과 실용성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저작입니다.

세종은 기존에 사용되던 중국 농서들이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양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실제 농사 경험이 풍부한 농민들의 지식을 수집하여 이를 토대로 새로운 농서를 편찬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농사직설』은 단순한 농업 기술서가 아닌, 조선의 농업 현실을 반영한 실용 지침서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1429년 - 농사직설 편찬

2. 전국의 노농 지혜를 모은 실용 농서

『농사직설』의 편찬 과정은 매우 체계적이고 실증적이었습니다. 세종은 1428년(세종 10년) 윤4월에 경상도 관찰사에게, 같은 해 7월에는 충청도와 전라도 관찰사에게 명하여 각 지역의 경험 많은 노농(老農)들을 찾아 그들의 농사법을 조사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이러한 현장 조사를 통해 수집된 다양한 지역의 농업 지식은 정초(鄭招)와 변효문(卞孝文)에 의해 정리되어 『농사직설』로 편찬되었습니다.

이 책은 곡식 종자의 선택과 저장, 논밭갈이, 벼·기장·조·수수·콩·팥·보리·밀 등 주요 곡식의 재배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역별로 다른 농법을 반영하여 전국적으로 적용 가능한 농업 지침서를 목표로 하였습니다. 또한, 경작 도구의 사용법, 비료의 종류와 사용 방법 등도 상세히 다루어 농민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3. 『농사직설』의 구성과 내용

『농사직설』은 총 10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비곡종(備穀種): 종자의 선택과 저장 방법
  2. 지경(地耕): 논밭 갈이 방법
  3. 종마(種麻): 삼 재배법
  4. 종도(種稻): 벼 재배법
  5. 종서속(種黍粟): 기장과 조 재배법
  6. 종직(種稷): 피 재배법
  7. 종대두소두(種大豆小豆): 콩과 팥 재배법
  8. 종맥(種麥): 보리와 밀 재배법
  9. 종호마(種胡麻): 참깨 재배법
  10. 종교맥(種蕎麥): 메밀 재배법

각 조항은 작물별로 파종 시기, 재배 방법, 수확 시기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특히 벼 재배법에서는 직파법, 건답법, 묘종법, 산도법 등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여 지역과 환경에 따라 적절한 농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경작 도구로는 쟁기, 써레, 쇠스랑, 미리개, 번지, 고무래, 따비, 호미 등이 사용되었으며, 비료로는 인분, 우마분, 재거름, 녹비, 외양간거름 등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4. 『농사직설』의 보급과 영향

『농사직설』은 1429년 편찬된 이후, 1430년에 각 도의 감사와 주·부·군·현 및 경중(京中)의 2품 이상 관리들에게 배포되어 전국적으로 보급되었습니다. 이는 세종이 농업을 국가의 근본으로 여기고, 농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였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후 『농사직설』은 여러 차례 개정 및 재간행되었으며, 1492년(성종 23년)에는 내사본으로, 1656년(효종 7년)에는 『농가집성』에 포함되어 십항본으로, 1686년(숙종 12년)에는 숭정본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개정과 보급은 『농사직설』이 조선 농업의 표준 지침서로서 오랜 기간 동안 활용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농사직설』은 이후 편찬된 여러 농서들에 영향을 미쳤으며, 『금양잡록』, 『농가집성』, 『산림경제』 등 조선 후기의 농업 서적들에 인용되거나 참고되었습니다. 이처럼 『농사직설』은 조선 농업 기술의 발전과 전파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5. 『농사직설』의 역사적 의의와 현대적 가치

『농사직설』은 단순한 농업 기술서가 아니라, 조선 시대 국가 주도의 실용 지식 편찬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이는 세종이 백성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애민정신과 실용주의적 통치 철학을 반영한 결과물로, 조선 농업의 자주성과 실용성을 상징하는 저작입니다.

현대에 이르러 『농사직설』은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지역 농업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교훈을 제공하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 농업 기술의 복원과 전승, 지역 농업 문화의 재조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농업 교육 및 문화 콘텐츠 개발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농사직설』은 조선 시대 농업 기술의 집대성이자, 백성을 위한 실용 지식의 결정체로서, 그 역사적 의의와 현대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